Snow(强特)LetitSnow

Let it Snow written by류민

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아이스크림!아까부터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다며조르는희철형의목소리를피해 이리 뒹굴,

저리 뒹굴굴러다니고있는데 결국발길질이 날아왔다.

김영운,쫌!옆구리에꽂힌 발이생각보다아파낑낑거리며쏘아보니 어쩔 건데,하는눈으로나를쳐다본다.정 먹고싶으면 댁이사오던가.다른애들도많은데왜하필이면 나야?

꿍얼꿍얼중얼거리는말에 네가힘이 제일 세잖아,한다.……이보세요,아이스크림사오는게무슨막노동이랍니까?

밖에 나가려면 나름대로사람들눈도있으니옷도제대로입어야하고,

오늘날씨는올해들어가장춥다고들어서 어디 대신보낼 애 없나둘러보는데 다들내 시선을피한다.

짝이 있는놈들은혹여 제짝이 나갈까챙기고있고,짝이 없는놈들은여태함께웃고떠들었으면서 바쁜척이다.

그모습이 너무얄미워서잡아낼까,하다가그냥희생하기로마음먹었다.

다녀오는김에감기 기운이 있는것같다며 일찌감치들어가쉬고있는형에게줄약이라도사야지,생각하면서.

툭툭자리를털고일어나자마자쏟아지는군것질거리요청에아무말없이 쳐다보니다들입을다문다.

되는대로사올거야, 먹고싶은거 있으면같이가든가.

똑떨어지는말에다들불만스러운얼굴로나마수긍하는데희철형만은꿋꿋하게 나는설레임 밀크,한다.

여부가있겠습니까.고개를대충끄덕여주고옷을갈아입었다.

이제코트를입고나가려는데 형이늘하고다니는하얀색목도리가눈에들어왔다문득그리워지는느낌에목도리를두르니코끝에 형 냄새가닿았다.불쾌한기분이가셨다.

누가보면 심술이뚝뚝묻어날걸음으로숙소를벗어나는데,바로앞으로하얀눈발이날렸다.

꽤 전부터 내렸던건지 바닥에는솜이불마냥보송보송한느낌의눈이 깔려있었다.소복소복,따뜻하게 내리는눈을보다가코트주머니를뒤적거려 핸드폰을찾았다.밖에 빼놨을까걱정했는데조금의 여지없이손안에잡히는핸드폰에조금웃었다.어차피 지금자고있을테니못보겠지만그래도문자메시지창을열었다.

나이렇게 형을생각하고있어, 떠올리고있어.두근두근,뛰는마음을전해주고싶어서.[잠깐나왔는데갑자기형생각이나서―눈온다,지금~같이보면좋을텐데. ]

조금더 멋진 메시지를보내고싶었는데 영 떠오르지 않아그냥나다운메시지를보내고,

하늘을올려다봤다.저기높은곳에서부터 빙글빙글돌며 떨어지는눈이오늘따라왜이렇게 예쁘게보이는건지.

아무도밟지 않아평평한눈위에뽀득,뽀득발자국을내며 걸었다.

떠밀리듯나오긴했는데 여전히코끝에 걸려있는형 냄새와나만을위한것처럼 내리고있는

눈때문에오히려큰선물을받은느낌이었다.

가장가까운마트는어머니들의 저녁장을보는시간이 지나면곧닫아버리곤해서멀리 있는편의점까지

부지런히 걸음을놀려야했다.어차피 형에게줄약을사려면 거기까지 나가야했으니까기꺼이.

오늘따라사람이 없는거리에괜히 기분이좋아졌다. 이 넓은길도,저높은하늘도,지금이렇게 내리고있는눈송이도모두내것이된느낌―세상의주인이 내가된느낌.

정말형만있으면좋았을텐데,하는아쉬움이 남았다.눈만내리면좋다고,보슬보슬귀엽게 짓는웃음이 떠올라심장이작게 뛰었다.

편의점에도착해 희철형이 말했던 설레임 밀크를비롯한군것질거리를골라들었다.아까흘리듯들었던,

애들이 먹고싶다고했던 것도챙겼다. 이왕나오는거 애들이 말하는거나제대로듣고오는건데.

나혼자고르는거라서 훨씬 더오랜시간이 걸렸다.

계산을하다가문득보이는막대사탕에 형생각이 나맛대로골라집었다.

마저봉투에 넣으려는손을막고코트주머니에 집어넣었다.애들한테 걸리면끝장날테니까나중에 따로줘야지,하는마음으로.

군것질거리 계산을끝내고조금더 걸어 내려가약국으로들어갔다.감기약주세요,하는말에 어떤증상이냐고묻는약사아주머니를보며고민에 빠졌다.열감기같기도하고,

코감기같기도하고,목감기같기도하고,몸살감기같기도하고…….

무난하게종합감기약이나사갈까하다가그냥종류별로다주세요,했다.

종종마시곤하는자양강장제광고가크게찍힌봉투에 담기는약을가만히보고있는데약사아주머니께서 이 건 서비스,

하며 비타민제를몇개 넣어주셨다.형이 맛있다며좋아하던게 떠올라서고맙습니다,인사하니그냥웃어주셨다.

한손에는군것질거리가가득담긴봉투를,한손에는약이 담긴봉투를달랑달랑들고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인적이드문거리에는내가남긴 발자국만이 남았다.천천히,

여유로운마음으로또박또박걷고있는데 멀리가로등밑에 익숙한인영이보였다.잠옷대용으로입고있는커다란청바지,

아마도하얀색 터틀넥 티셔츠위에 껴입었을노란색후드티셔츠.나를등진상태에서무릎을굽혀앉아있고,

셔츠에 딸린모자까지쓰고있어확실치는않지만―아마도,저사람은. 여태한가롭던걸음이 바빠졌다.

“형?”

내물음에휙돌아보는사람은역시나형이었다.아,영운이구나.

헤실웃는모습에아직 미열이묻어나는것같아갑자기화가치솟는느낌이었다.왜 나왔냐고물으려는나를알아챈건지 형이 선수를쳤다.

눈사람귀엽지!나를기다리면서 만든건지한손에폭안길 정도로작은눈사람이보였다.

어디서구한건지자그마한돌멩이로눈을,짧은나뭇가지로코를,

뾰족한잎으로입을만들어 넣은눈사람.손으로할건안보이더라.변명하듯자그마한목소리로말하는형은어린아이만같았다.

마저 걸음을옮겨봉투를내려놓고형 앞에마주앉았다.우리 이눈사람짝만만들고가자.

신이 나서 말한형은다시눈을굴리려는듯여태주머니에 넣고있던손을뺐다.그순간보인건,

보는사람이 시릴 정도로발갛게 언손.잠시삭였던화가다시 찾아듦을느끼며눈으로가져가려던손을홱잡아챘다.

장갑이라도끼고나오던가! 내뱉는내 말에 형은헤헤,웃을뿐이었다.

아이고,이아가씨야. 내가속상해서 정말.

„아가씨‟라는말에 발끈한듯입을열었던 형은그뒤에 나온말들에 미안한눈을했다.그냥,급하게나오다가다놓고와버렸어.

형의두손을모으고,그렇게 따뜻하진않겠지만내손으로감쌌다.

호오,입김을불어 따뜻하게 데우기도하고.가만히 내가하는모양을보고있던 형이웃음을냈다.

정말,세상에서 제일 예쁜우리 형.가끔이렇게웃고있는형을보면가슴이 터질 것같다.

저기 깊은곳에서부터 벅차오르는느낌. 내가이렇게나예쁜사람을사랑하고있다고,이렇게나고운사람을사랑하고있다고―그렇게외치고싶어진다.우와,다녹았다아.고마워,영운아.조심스레손을뺀 형은여태까지 애를써녹인 게무안해질만큼바로눈으로손을뻗었다.그래도,내가조금더 빠르게.

“이제 겨우녹았는데무슨.얘는형이 만들었으니까얘짝은내가만들어야지.형은보고만있어,알았지?”

잠시 머뭇거리다응응,고개를끄덕이는형에게 여태 내가하고있던목도리를둘러줬다.

목에둘러지는목도리를보다가영운아,부르는형을보면서 형이랑같이 나가고싶었어,

하니그저웃는다.잠깐목도리를꼭잡은형이 다시무릎을안고나를빤히 바라본다.잠깐시선을마주하다가얼른들어가야지,싶어서눈사람을만들기 시작했다.형이 만든것보다조금더크게눈을굴려몸통을만들고,그보다조금더작게 머리를만들어쌓아올렸다.

혹떨어질까그틈을눈으로채워주고있는데갑자기 형이몸을기울였다.작게 내뱉는숨에는아까보다조금높아진 열 기운이 서렸다.

아무래도추운데 너무오래나와있어서그런것같아데리고들어가려고눈사람을만드는손을멈추니 얼른만들어,

칭얼거리는형의목소리가들려조금화가났다.

이보세요―형 걱정이나해,당장내일도스케줄이풀인데 이눈사람이 더중요해?그렇게손을거두고주섬주섬 짐을챙기는데 내 대신눈사람을만들려는듯내가만들던눈사람으로손을뻗는형이보였다.

이런 바보,이런 미련퉁이.그래도이런 당신을사랑하고,또사랑하고있는사람이나니 져주는수밖에.

폭한숨을내쉬며 짐을내려놓았다.다시 앉기는앉는데 영 마음이 편치 않아여태생각도못했던―이런 바보.

―코트를벗어 덮어주고,약봉지에서종합감기약과비타민제를꺼내 내밀었다.약은받아들생각도않고너춥잖아,하며 다시줄것처럼코트를벗는형에게 진심을가득담아말했다.

이 약먹고,코트입고가만히 있어.안그러면눈사람다부숴버릴 거야.

무언가할말이 있다는것처럼한참이나나를보던 형은주섬주섬코트를여미어 입고약을받아먹었다.

여기까지 달달한냄새가나는비타민제를홀짝홀짝마시는형을보다가문득아까산막대사탕이 떠올랐다.

“코트주머니에사탕있으니까,눈사람만드는동안그거라도먹어.”

“에, 너사탕싫어하잖아.웬사탕이야?”

“……아까편의점들렀다가,형생각나서샀어.”

뭐랄까,조금쑥스러운기분에고개를푹숙이고눈사람만드는데에 집중했다.그래,얼른만들고숙소로돌아가는거야.

그러나생각처럼 쉽게고정이 되질않는머리와몸통때문에골머리를앓고있는데고마워,

들리지도않을만큼작게중얼거리는형의목소리가들렸다.응,

괜히부끄러운마음에 건성으로대충고개를끄덕이고이제단단하게굳어진눈사람을보면서뿌듯해졌다.

눈,코,입을만들재료들을찾으려 일어나는데 형이 내 바지를꼭쥔다.

왜,내려다보니 형이 제 발치에 있던돌멩이와나뭇가지 따위를내민다.아까전에같이가져왔었어.형의 말에조금마음이아렸다.

……처음부터짝으로만들려고했던 거다.혼자있는게싫어서,

그렇게나외로운걸싫어해서.안좋은일이 있어도생글거리며웃고아무렇지않게넘기려고하지만,

결국엔 이렇게나약한사람.내색하지 않아함부로위로도할수없지만,내가지켜주고싶은사람.

무언가봐서는안될모습을본것같아그냥고마워,말하고눈,코,입을만들어넣었다.

완성되어 나란히 선두눈사람을보다가그밑에찬찬히 이름을써 넣었다.이특,강인.우리 지금사랑하고있어요.

적어내리는내 옆에서 형이웃는소리가났다.여전히 내리고있는눈으로서서히채워지는그글씨들을보다가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가야지.아쉬움이 남는건지한참이나눈사람을보던 형이곧내가내민손을잡고일어섰다.

으아,작은탄성을내며 바로앞으로쓰러지는형의 허리를안았다.

그렇게아파?물으니한참동안아무말이 없다.업어줄까?다시물으니 형이 내가슴에묻다시피했던고개를든다.

새빨개진 얼굴로,너무오래그렇게앉아있었더니 다리 저려서.

웃기긴한데차마웃지도못하고가만히보고있으니 형이 내가슴을탕탕친다.하나도안아픈데,이 걸 어쩌나.

쉽게풀리지 않는건지그대로내게안긴 형의 정수리를보다가형의 뒤로팔을둘러안았다

.그럼 다리풀릴 때까지만,이러고있자. 내말에고개를끄덕인 형도내 허리를안았다.턱에 닿는형의 이마가생각보다뜨거워또속이상하려고했다.그래도,이렇게 예쁜형에게화를낼수는없지.

형의등을토닥토닥,두드리며조용히 말을냈다.아픈데 쉬지,여기까지는왜나왔어.나진짜속상해,

지금. 내 말에잠깐움찔하던 형은내목에 제 얼굴을묻었다.찬바람에드러나차갑게식었던목에뜨거운기운이 닿았다.

“자다가깼는데,네가없었어. 내 옆에도,거실에도,부엌에도,어디에도.

그래서 애들한테 너 어디갔냐고물어봤는데잠깐나갔다고그러더라.

그말만듣고너찾아서무작정 나오기는했는데,네가어디로갔는지를모르겠는거야.애들한테물어보려고했는데핸드폰도놓고왔고,다시들어가기는그렇고.

그래서그냥여기서 기다리고있었어.숙소들어가려면 여기꼭지나가야하니까.”“나언제들어올줄알고.얼른들어가서 쉬기나하지.”

“……아프니까―그러니까, 더보고싶었거든. 1초라도더 먼저, 1분이라도더 많이보고싶었어.

그생각이드니까아무것도하고싶지가않더라. 너를보기 전에는,어떤 것도하고싶지 않았어.

그래서그냥기다린 거야,언젠가올테니까.”

“형.”

“……으아,다리 다풀렸다.이제가자.”